2009년 의료사협연합회(전신 의료생협연대)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조직활동가 교육과정. 3개월이라는 기나긴 여정을 끌어간다는 것만으로도 벅찬 일정이었다. <마음산책> 순서를 진행해보겠다고 제안까지 해놓았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괜히 제안을 했나?
MBTI 성격유형검사를 개발한 마이어, 브릭스 모녀는 이 세상에 왜 갈등과 오해가 생길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해답을 찾으려 노력했다지만, 나는 오래도록 이렇게 물어왔다. 나 자신을 바로 알고 있을까? 타고난 기질은 무엇이며, 저 깊이 숨겨진 내안의 욕구는 무엇인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역동은 무엇일까? 나를 초월하여 이웃에 대한 사랑의 확장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웃의 변화, 세상의 변화를 얘기하지만 그에 앞서 나 하나 잘 살면 되는 것인데 하는 생각. 내 안에 꼬인 것 없이, 내 안의 결핍을 상대에게 투사 하지 않고 나 자신을 바로 아는 것이 관계의 출발이다. 그것을 시도해볼 수 있을까? 우리 모두는 내면에 선함, 그것은 때론 영성, 창조성이라 불리기도 하는 신성을 지닌 존귀한 존재이다. 모두다 사랑의 존재이며,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 한다. 평소의 이런 생각들을 프로그램으로 적용해보고 싶었다.
우리는 교육과정에서 무엇을 얻은 것일까?
어린 시절 최초의 기억부터 잊었던 친구, 가족을 우리의 기억속으로 불러왔다. 내 안에 묻어둔 꿈과 욕구, 때론 내 안의 상처를 드러내고, 억압된 욕구, 욕망을 얘기하며 놀라기도 했다. 예전에 즐기던 일 20가지를 쓸 때는 마냥 행복해했고, 살면서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서로에게 털어놓았다.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아, 낯설고 어색하게 시작했던 시간은 횟수를 거듭 할 수록 서로 마음의 문을 열어 나갔다. 아직 매듭짓지 못한 상처는 날 것 그대로 눈물로 고백되기도 했지만, 드러내는 것만으로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다.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이 처음 출발은 약간의 불편함이었지만, 참가한 모두가 커다란 열정이라고 고백했다. 진정한 자유로움은 나를 놓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함을, 한 사람의 역사를 알게 되면, 그 한사람이 좋아진다는 경험을 우리는 했다.
[마음 산책]은 살아오는 동안의 상처와 좌절, 소망, 소명을 살펴보는 것이다. 나는
왜 사는가? 무엇을 찾고 싶은가? 내 안의 결핍은 무언가?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 이러한 내 안의 욕구와 기대, 무의식의 감정을 정확히 읽어내지 않으면, 자칫 우리가 만나는 다른 상대에게 이 모든 과정을 투사하여 걸림돌을 만들고, 상처를 주기도, 스스로 상처 받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자신을 먼저 깊게 들여다 보고 성찰해야 한다. 내 안의 욕구를 읽어야 한다.
이러한 나의 성찰로부터 출발해 우리가 만나는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눈 여겨 보고,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조직 활동가 자신의 내면을 살펴
야 하는 이유이다. 공동선을 주장하고 있는 이면에 혹시 분노가 있는지, 두려움이 있는지, 펼치지 못한 나의 욕심이 있는지 살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음산책> 진행을 어디 가서 배울 수 있나요? <마음산책> 프로그램 관련 책을 만들어야 해요. 지역에서 모든 회의, 프로그램에 앞서 5분이라도 <마음산책> 를 통해 서로 마음을 모아야 그 다음 조직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경험을 우리는 행동신조로까지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 자료는 처음 어떻게 기획했고, 어떤 자료들을 참조했는지 그동안의 진행과정을 기록하는 자료로 정리를 해보았다.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바로 적용,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 함께 일하는 직원, 조합원들과 만나는 가운데 우리가 현재 서있는 지금의 자리가 바로 행복한 공간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이 자료가 활용되기를 희망한다.
또한 바라기는 처음 마음열기로 시도되었던 명칭을 <마음산책>으로 새로 네이밍하였다. 이 프로그램을 좀더 체계적이고 구조화하기 위해 의료생협연대내에 [<마음산책> 프로젝트 연구팀]이 꾸려지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활동가들이 제안한 <마음산책> 경험들이 책으로 출판되기를 먼 훗날 가만히 기대해본다.
2011년 8월 26일
박봉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