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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치유상담
  • 관리자
  • 2022-07-06
  • 491

 

슬픔을 말하시오

비탄이 입을 못열면 미어지는 가슴에 터지라고 속삭이는 법이니....

                                                                        - 세익스피어 -

 

 

대전산내사건 희생자유족회 유가족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집단상담 첫회기가 진행되었습니다.

몸으로 나타나는 심리적 감정 및 신체적 반응을 인식하고

환경의 압력이나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이겨낼것인가에 대한

상담방향을 목표로 1회기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은 처음이라며 낯설어하시는 분들께

센터장님과 상담실장님의 편안하고 여유로운 미소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내려놓게 하는데 한 몫 했지요.

무더운 여름날, 낮선 곳으로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인사와 함께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 

 '형님'과 '아우'라는 호칭으로 끈끈히 맺어온 특별한 아픔을 공유한 관계로 다른 어떤 집단과는 다른 모습들이었습니다.

 

70여년이 지나왔음에도 그동안 힘들고 노곤했던 삶을 몸이 기억하듯

몸서리쳐 벌떡벌떡 선잠으로 잠을 설친다는 어르신부터 

나를 무시하는것 같고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것 같아 그 누구하고도 맘 편히 말하지 못한채 

다른이들과의 만남을 피한채 살고계신다는 어르신..

우선 어르신들이 직접 전하는 몸에 대한 반응을 살폈습니다.

조용히 눈을 감고 호흡을 이어가면서 몸에 느껴지는 감각들을 살펴보고.. 몸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건내는 상처치유, 그리고 위로...

 

'우리 형님 얼마나 아펐을꼬...,', 

 '몰랐네 그렇게 외로웠어?',

"통증을 막아주는것 같아".

"물리치료사 같아"

스티커를 반창고로 꼬옥 눌러붙이면서 서로에게 건네는 위로에 애써 눈물을 참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몸에 긴장감을 완화시키기 위한 안정화방법들을 함께 소개하고

꾸준히 댁에서 할수있도록 권유하면서 1회기를 마무리하였습니다,

 

" 나를 아끼며살아야겠다". 

 "항상 고맙다 아버지를 똑같이 잃은 우리들..아버지를 생각하면 모두가 형제더라 ", 

"오랜시간 고립되어있었는데 이런자리 자체가 고맙다".

 눈시울을 적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무거운 마음과 함께 조금이나마 이분들의 마음을 씻겨드려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밤새 울어대는 고라니의 흐느끼는 소리에 잠을 설치고 산등성 골짜기 한켠에 심어두었던 콩밭에 나가보니

고라니 한마리가 콩밭 낮은 울타리 그물에 걸려 벌버둥치고 있는 모습에 또 울컥! 

"울 아부지도 이곳까지 끌려오시며 얼마나 불안하고 무서우셨을까?"

하는 생각에 먹먹해져오더라며 울음을 삼키시는 어르신의 모습이 아련하게 남아있습니다.